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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상대를 지치게 하는 연애, 그 이유없음에 대해 끄적임

by HCHM 2020.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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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끼는 동생들을 만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시국이 시국인 것도 있지만 다들 점차 자리를 잡아가며 지방으로 가는 녀석들도 있고 하다보니, 시간 맞춰 얼굴 한 번 보기가 정말 힘드네요.

 

헤헤...

 

그중 한 동생이 집앞에 있는 인형 뽑기 기계에서 3천원에 제가 가장 애정하는 요녀석을 뽑아줬어요.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근데 역시 빠질 수 없는 얘기, 연애상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현재 연애를 하고 있냐 아니냐가 중요한게 아니죠. 하고 있는 사람의 얘기를 일방적으로 들어주는 것뿐... 그중 나왔던 말 중 하나인

"일단 해줄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잘해줘 봐, 그럼 본성이 나와."

이런 생각에 관해서는 어쩌면... 물에 빠진거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생각해요.

 

 

연인 관계에서

한 커플이 있어요. 남자는 괜찮다 하면 새벽에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도 달려가 10분 남짓이라도 만나고 돌아오고, 잠들기 전에는 매일 짧게나마 전화로 사랑한다는 말도 하죠. 하루 한 번 손편지를 써주고, 한 달에 한 번은 꽃 사주는 것도 잊지 않구요. 나름대로 무언가를 했고 최선을 다 해요. 물리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가능한 한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려고 노력하죠.

그걸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은 이쁘게 봐주긴 하네요. 그래서 오히려 "눈에서부터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건 좋은데, 계속해줄 수 있는 거 아니면 해주지 마, 기대만 높아진다?" 라던지, 서운할 수도 있다나 뭐라나 장난스럽게 말하기도 하구요.

근데 여자쪽에서 말해요. "잘해준 거 알아. 근데 너무 지쳐. 이유는 모르겠어. 미안해."

이런 시간은 4년정도 이어졌는데, 결국에 남자가 헤어지자는 말을 듣게 되었을 때, 그나마라도 최선을 다했던 남자에게 "잘해주니까 본성이 보였어."라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요?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남자는 헤어지는 한 순간 비참했죠. 하지만 여자는 4년 내내 비극이었을지 몰라요. 

 

홀로서기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내가 자립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집착한다면, 그 또는 그녀는 생명을 구조하는 자일 수는 있지만 그 관계는 사랑의 관계가 아니다.'라고 했어요.

바라는 게 있었다면 그냥 나만 바라봐주는 거, 나를 받아주는거 뿐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가장 큰 문제죠. 혼자서는 감당 못한 자신의 외로운 마음을, 다른 사람이 채워주길 바라며 퍼부은 거밖에 안되니까.

그래서 만약 여자의 잘못을 묻는다면, 결국 자신의 외로움을 떠넘기고 책임지라고 한 뒤, 그걸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계속 자기만 행복해질 수단이 사라졌다고 그로 인해 불행했던 남을 탓하고 있는 꼴인 셈이니까.

남자는 자신만을 위하여 여자를 이용했고, 크게 중요해 보이지 않던 부분부터 차근차근 갉아먹고 있었던거에요. 단지 내 외로움을 남으로 달래기 위해서 짧게나마 쉴 수 있는 시간부터 친구들과의 커피 한 잔 등 사소해 보이지만 없어서는 안될 일상을. 최선을 다한 건, 최선을 다해 내 외로움을 달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반대로 여자 입장에서는 조금씩 갉아먹히고 있던거죠. 해달라고 한 것도 아닌, 강요한 적도 없던 일 때문에, 미안한 마음까지 느끼며, 지 마음대로 폭주한 남자에게, 소중한 일상을. 

나를 받아들여주는 사람은 그릇이 큰 사람인 게 맞겠지만, 내가 멋대로 행동한 것을 끝까지 받아주지 못한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 되는 건 분명 아니에요. 나를 구조해주면 고맙겠지만, 구조해줄 의무가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또 에리히 프롬은 '서로 미쳐버리는 것을 열정적인 사랑의 증거로 생각하지만, 이것은 기껏해야 그들이 서로 만나기 전에 얼마나 외로웠는가를 입증할 뿐이다.'라고 했어요.

여자는 홀로 설 수 있는 완전한 사람이었을지 모르지만, 남자는 자신의 외로움도 달래지 못하는 반쪽도 안되는 인간이었던거죠. 준비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은 물론 홀로설 수 있는 사람까지 비참하게 만들 수 있어요.

확실히 사랑은 경험에서 배워야지 글로 배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랑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준비... 자세라던지 가치관 같은 건 글로도 많은 부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게 사실이지만요.

 

외로움에 못 견뎌 나를 맡기려고부터 하지 마세요. 

내가 홀로설 수 있는 상태가 아님에도 관계를 가짐에 있어서 "나를 희생해야 만날 수 있고 내가 이해하고 노력해야 이어나갈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내 사람이 아니야." 라고하는건 틀린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그 사람도 내 사람이 아닐 수 있지만 먼저 내가 그 사람의 사람이 아닌거죠. 나는 혼자 날지도 못하는데 희생하고 노력한다는 착각으로 등에 업혀서, 그 사람을 더 지치게만 했을 뿐이니까요.

어차피 한쪽씩 밖에 날개를 쓸 수 없는 새들이 서로를 의지해서 날기는 쉽지 않아요. 날개는 두쪽인데 말이죠. 그리고 양 날개가 건강한 새 한 마리와 한쪽 날개가 다친 새도, 같이 날긴 힘들겠죠. 분명 금방 지칠거에요. 양 날개가 온전히 있는 새 두 마리가 가고 싶은 곳으로, 그곳이 어디든 자유롭게, 어디까지고 갈 수 있겠죠.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혼자 있을 때 외로운 사람은, 남의 사랑만 집착하고, 자신의 행복을 맡길거에요. 그리고 그 두 사람이 전부 반쪽 짜리면 말할 것도 없고, 한쪽이 완전한 사람이어도 끝없이 불행해질 수 있다 생각해요. 적어도 제 경험상은 그렇더라구요.

그렇다면 반대로 온전히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혼자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둘이 만났을 때는, 가고 싶은 사랑의 방향이 어느 곳이든, 서로 이야기하며 어디까지고 맞춰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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